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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Pinery Provincial Park (파이너리 주립공원),흰 눈속에서 캠핑 두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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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날씨가 좋아야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는데 텐트안의 온도는 너무 낮다. 입에서나오는 입김이 하얗게 하얗게 위로 향해 오른다. 텐트안에 두었던 물을 마시려보니 세상에 얼어 있다. 담아둔 소프트렌즈를 끼려보니 그 용기안의 소금물이 샤베트같이 얼어 있다. 털어서 렌즈를 눈안에 넣으니 아주 시원하다. 눈이 번쩍 깨는듯하다. 옆에 누운 딸은 얼굴이 어디인지를 알수도 없게 전부 덮여잇다. 옷시하는 마음에 숨은 잘쉬는지 들쳐본다. 얼굴을 찡그리는게 반갑다.


  전기장판이 효과를 다하여 바닦을 펄펄끊는데 공기는 따뜻해지지 않는가 보다. 텐트의 여기저기 하얗게 얼음이 얼어 있다. 예전에 어려서 단독에서 살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도 아궁이의 뜨거움이 복숭아뼈를  디게하여 병원에 갈만큼 이었지만 집안의 온도는 언제나 추웠었다. 입김도 나오고 항상 두꺼운 옷을 입어야 집안에서도 운신이 가능했었었다.  처음 아파트 살때 그 따뜻한 온집안의 훈훈함과 웬지 느껴졌던 갑갑함. 지금의 이 상태가 어쩐지 정겹다. 예전의 그 어린시절로 돌아간듯 하기도 하고. 약간의 부족함이 따뜻한 바닦을 더욱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물을 끊이고 컵라면을 끊어 먹다가 가져온 고기로 약간의 야채와 쌈을 싸서 구워 먹는다. 텐트안에 불을 피워 온도가 올라가니 좀더 온화하다. 밖으로 나와보니 뭐 겨울의 날씨치고는 바람도 없고 산듯하다. 나온 김에 근처의 트레일을 산책을 하고자 입구의 사무실에서 받은 맵을 살펴본다.  Sedar Trail이 3KM정도 되면서 비치로 향하는 곳이 있다. Huron Lake의 비치이다. 아침의 산책으로 적당한 듯하여 출발을 해본다. 



     아무도 없는 아무 자취도 없는 산속깊은 트레일에 흰눈이 싸이고 그 한가운데 나의 발자취가 기록된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누군가 너무 외로우면 뒤로도 겉는다고 했던가. 자신의 발자국이라도 보며 외로움을 달래려고.


  그렇게 한시간가량을 걷다보니 맵이 나온다. 무심이 보고는 방향을 잡아 나갔는데 다시 보니 앞에 나의 발자국인듯한 같은 크기가 보인다. 트래일을 돌고 있다. 비치로 나가는게 아니고 계속 돌고 있다. 섬뜩하니 이게 혹시 마법의 숲인가. 나를 계속 돌게 만들고 지치게 하려는 숲속의 정령의 장난인가 하는 기분이 든다. 아무도 아무 소리도 없는 곳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이 드니 잠시 패닉이 온다. 이대로 길을 찾는다면...누가 나를 언제나 발견할까... 하지만 이곳은 아주 적은 트레일 이다. 그렇게 놀랄일은 없다. 마음을 다지니 멀리서 소리가 들리고 새들의 관찰을 하는 한 집단 무리의 웃음소리, 말하는 소리가 난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길을 역시 모른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설명은 해주지만 정확히 잘 모르는듯하다. 내가 길에서 비치나가는 이정표를 봤어야만 한다.그의 설명이면. 안보였는데...다시 한번 되집어 나아가 본다. 바로 이 이정표를 본곳에서 왼쪽이 아닌 오른쪽인가 보다. 아니면 그냥 텐트로 가보자하고 오른쪽을 행하니 기존의 트레일길보다는 반정도 작은 조그마한 길이 쭉 나있다. 한번 따라 가본다.


  그리 가까워 보이지는 않거 한 2K정도를 걸어가니 물소리, 파도소리를 기대했건만 아무소리도 안들이고 바람소리만 휭휭한다.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있는걸보니 이 언덕을 넘어서면 되는 가보다 했다. 하지만 넘어서보니 또 길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눈길이 느낌이 다른다. 땅이 아닌 모래밭에 덮인 눈을 걷는 느낌이다. 비치가 가까운 가보다. 한 2-300미터를 걸어거니 멀리 하얀게 보인다. 눈이다. 물이 아니다. 그 넓은 호수는 어디가고 눈이보이나 싶다.


  언덕을 올라가니 수평선이 보이는 눈밭이 쫙 펼쳐진다.  호수가 얼었다. 찰랑거리는 파도도, 짙푸른 물속도, 그 끝의 한없는 수평선도 없이 하얀 눈이 쭉 펼쳐진다. 가끔 보이는 저 눈 두덩이는 파도가 언것인가 싶다. 아 튼 호수도 어는 구나. 이런 3월 중순까지도 얼어 있구나. 아직 겨울이구나. 나의 마음에 일찍 찾아 온 봄이 온도를 모르고 이곳까지 달랑 얇은 천조각을 의지하여 터를 잡았구나 싶다.


  그래도 참 아름답다. 시원하다. 훤하다.






  돌아오는 길에 안보이던 눈꽃도 눈에 확들어와 한컷. 영화에 나오는 산터마을로 들어가기전의 어느 한 장면같이 어쩜이라도 예쁘게 나무마다 눈꽃을 만들었을까.



  캠핑장을 가로로 흐르는 강이 또 있다. 강변을 걷다보니 강물은 얼지 않았다. 호수보다 크기가 훨씬 적은 이 강물을 이 같은 날씨에 초연히도 흐르며 그 푸름을 보여준다. 아무리 커도 호수는 멈추어진 물, 그물을 얼어 물인지 땅인지도 구분이 안되는데, 이 작은 강물을 강하게 버티는 구나. 









  정면으로 해를 보고 찍은 사진을 나중에 확인하니 햇살이 천사의 날개이다. 아니 그순간에 천사가 나를 행해 날아 왔었나 보다. 신비로운 그 빛과 강물에 반짝이는 은구슬들이 가슴 격하게 아름답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가슴에, 눈에, 머리에 새기고는 강변을 따라 걸어본다. 조그마한 오솔길이 계속 이어져 있어 참으로 산책하기 좋은 어느 겨울날의 점심이다.

   천천히 걸어 숙소에 오는 길에 보니 우리처럼 이 겨울에 텐트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보인다. 아들과 아빠같아 보인다.  심지어 그들은 전기도 안꽂아 있는게 전기 담요도 없나보다. 우리가 더 나은 상태인지도 모르겟다. 부디 이 겨울 무사하시기를 빌면서 숙소로 오니 이젠 또 오늘은 하이라이트인 캠프화이어이다.  앞집 아저씨가 어제 주신 그 스타터를 넣고 나무를 세워본다. 밑에서 불이 바쳐주니 잘 살아 난다. 집에서 가져온 다 읽은 신문도 함께 태워버린다. 불을 보고 있으면서 나의 상념도, 걱정도 뭔가 미진하게 가슴에 깔려 있는 앙금들도 다 때워버리리라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태워서 태워서 하얗게 남은 숯에서 빨간속살이 보인다. 그 속살이 너무 뜨거워 가까이 하기 힘들지만 그 안에 감자를 넣고 조금씩 조금씩 익힌다. 겉만이 아닌 속까지 제대로 익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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